2008/06/11 21:30

조선여인 잔혹사 - 이수광

조선여인 잔혹사 상세보기
이수광 지음 | 현문미디어 펴냄
조선시대 여인들의 사랑과 삶을 다룬 <조선여인 잔혹사>. 조선시대에 있었던 실존인물이나 문헌에 남아 있는 여인들을 찾아 그녀들의 삶을 추적하고 복원한 대중역사서이다.「조선왕조실록」「심리록」「흠흠신서」「추관지」「청정관전서」등의 문헌을 참고하여, 여인들의 죽음과 연관된 18가지 사건의 정황을 현장감 있게 서술하였다. 저자는 왕조 중심, 남성 중심의 조선시대 문헌 기록에서 여인들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역사에는 관심이 많으나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저는 평소 도서관을 누비면서 쉽게 읽을 수 있는 몇몇 역사서 혹은 역사 관련 서적들을 세심히 눈여겨 봐두길 좋아합니다.

  며칠 전, 교생 실습을 마치고 잠시 찾아온 여유로움을 즐겨볼까 하는 맘에 도서관을 들렀는데 갑자기 <조선여인 잔혹사>라는 한 권의 책이 제 레이다망에 포착되었습니다. 흐흐!!

  '잔혹사'라는 단어와 낭자해 있는 핏빛같은 겉표지 디자인이 제 눈을 확- 끌더라구요. 요것만 보구서 뭔가 조선 여인과 관련된 잔혹한 엽기 살인 사건들이 가득 가득 실려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저는 이런 것에 엄청난 흥미를 느낀답니다;; 잔혹, 엽기, 살인?? ㅡㅡ;;) 책을 쑥 빼들고 바로 대출을 해 버렸습니다. 후후후!!

  그런데 막상 집에 돌아와 책을 펼쳐드니 사건은 사건인데 사건의 과정과 수사에 초점을 맞췄다기 보다는 핍박받는 여인들의 삶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_-;; 알고보니 잔혹사(殘酷事)가 아니라 잔혹사(殘酷史)였던 것이었더랬죠. (아- 실망 실망)


  그래도 요 책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조선 시대를 살던 여인들이 짊어졌던 멍에와 굴레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크고 잔혹했다는 것. 그래서 잔혹사였나 봅니다. 요즘같은 시대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조선 양반 남정네들의 짓거리들. 역겹고 슬펐습니다. 확실히 조선은 남자들을 위한, 그리고 양반들을 위한, 그리고 기득권층을 위한 사회였던 것 같습니다.

  뭐 사실, 그런 조선의 역사 때문에 현대의 한국 사회도 남자들을 위한, 그리고 있는 자들을 위한, 기득권층을 위한 사회인 채로 남아있긴 하지만요. 참~ 저도 남자지만, 보수적이신 어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할 말을 잃고 입을 딱 벌리게 됩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제가 어른들께 '그건 아니죠~'라고 비아냥 거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흠흠. 그래도 요즘 젊은이들 중엔 나이 지긋하게 드신 보수적인 어른들보다는 깨어있는 올바른 생각을 가져주시는 사람들이 많아 다행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아직은 멀었지만요. (어른들이 무조건 보수적인 건 아니구요, 어른들 중에 보수적이신 어른들이 계신 거죠. ㅎㅎ 그래서 '어른들' 앞에 '보수적인'이라는 사족을 덧붙였습니당) 갑자기 흥분해서 요점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주절주절~

  암튼 제 기대를 벗어난 책이라 흥미가 반감되는 바람에 욕구를 잃고 대충 대충 읽어나갔는데, 그래도 나름 조선시대, 특히 여성들의 삶을 다시금 되돌아 보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기녀 시조에 대한 소논문(ㅎㄷㄷ 이것 때문에 이틀 밤을 지새웠다는)을 수업 과제로 준비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받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느껴서, 기녀들의 삶을 다룬 책도 한 번 읽어봐야갰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기녀 시조는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언제 포스팅 할 기회가 생기면 좋겠어요 ㅎㅎ) 이런 또 요지에서 벗어나는;; 긁적 긁적. ㅎㅎㅎ


  제가 감명깊게 읽었던 부분을 몇 부분 소개합니다.

  감수성이 나름 있어서인지 정순왕후의 이야기가 너무나 슬펐습니다. ㅠㅠ 단종과 정순왕후의 슬픈 러브 스토리. 영화로 만들면 진짜 슬프겠어요. 특히 정순왕후가 있던 동망봉의 소나무가 영월 쪽을 향해 기울어 있고, 단종이 묻힌 영월 장릉에 있는 소나무가 한양 쪽을 향해 있다는 이야기는 가슴을 정말 뭉클하게 합니다.

  병문안 오지 않았다고 맞아 죽은
봉금의 이야기. 양반과 종이라는 계급 의식에 의한 신분제도가 빚어낸 비극을 잘 드러내줬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었겠으나, 만약 봉금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면?? 이라고 생각하니 여자 종이기에 더 핍박받았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양유대의 동생 양유언은 정말 쓰레기에요, 쓰레기. 아휴, 양유언 때문에 복장 터지면서 읽었습니다. -_-+


  이 책에서 좀 아쉬웠던 세 가지!!! 도 말하렵니다.

  일단 사건과 관련된 인용문들이 친절한 주석들과 함께 짜잔- 하고 제시된다면, 사건의 역사적 성격을 더욱 높여줄 수도 있고 독자들이 관련 참고 서적들을 참고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작가만 참고하고 독자에게 안 보여주면 재미 없어요~. (제시된 것도 있지만, 제시 안 된 것들이 더 많다는 느낌이 들어서 ㅎㅎㅎ)

  둘째, 이 책은 조선여인들의 잔혹사를 다룬 책이죠. 남성을 보호하는 조선시대의 제도 아래 희생된 여인들의 사건들, 양반을 중심으로 한 유교 정신 아래 희생당한 여인들을 다루는 사건들은 좋았습니다만, 궁핍한 서민 생활로 인해 피해를 받아야만 했던 여인의 사건을 다룬 점은 이 책의 전체 흐름을 탁!! 끊어버리는 결과를 낳게 했다고 봅니다. 궁핍한 서민 생활로 피해를 받아야만 했던 것은 비단 여인들 뿐만이 아니었죠. 정약용의 시 '애절양(哀絶陽)'은 먹고 살 길 없는 서민들의 애환을 잘 담고 있는 시인데, 오히려 이런 시를 통해 서민들의 궁핍한 삶을 다루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짧게 말하면 책의 일관성이 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거죠. -_-;;

  셋째, 여인들을 옭아맸던 조선시대의 사회 시스템이 반드시 옳았던 것은 아니지만, 첫사랑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하고 남편 몰래 첫사랑과의 간음을 범했던 한 여인의 행위도 정당화해서는 안되는데, 이 책은 그런 간음 행위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기에 쫌 많이!! 아쉬웠습니다. 
유녀는 간음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잔혹하게 사형을 당했다. 남자는 공신의 아들이라고 하여 유배형만을 받았으나 여자는 사형을 당한 것이다. 조선시대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져 있던 신분제도의 모순 때문이었다.
  대표적으로 바로 위에 있는 부분이 그렇습니당. 저 문장에서는 '-만'을 빼면, 좀 더 좋은 문장으로 거듭나겠네요. '유배형만을 받았'다는 것은 간음 행위에 대한 처벌로는 유배형이 약하다는 말이죠. 그런데 '간음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잔혹하게 사형을 당했다'는 건 또 뭥미?? '간음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라는 부분은 특히 간음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 여지를 독자들에게 남겨준다고 생각합니다. 나이 어린 분들이 저처럼 이해한다면. 흠 그게 그렇게 된다면 좀 무섭겠는데요.
  유녀는 간음을 했기에 사형을 당했다. 남자가 공신의 아들이라고 하여 유배형만을 받았던 것에 비해, 여자에게 내려졌던 형벌은 너무 가혹하고 잔혹한 것이었다. 이는 모두 조선시대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져있던 신분제도의 모순 때문이었다.
  제 생각엔 이 정도 문장으로 고친다면, 오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별 차이 없나요?? 헐헐헐;;


  이수광님은 주로 역사 사건과 관련된 책을 많이 집필하시는 듯. 오늘 도서관에 갔다가 이와 비슷한 또 다른 책을 발견했습니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 상세보기
이수광 지음 | 다산초당 펴냄
조선 500년 역사를 뒤흔든 연애사건과 스캔들 신분과 목숨을 걸고 금지된 사랑에 맞선 조선 남녀의 이야기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은 16가지 연애사건을 통해 그 안에 감추어진 내밀한 조선시대를 살펴보는 책이다. 엄격한 유교사상과 신분제도가 개인을 억압한 조선시대에도 화려한 연애사건은 그칠 줄 몰랐다. 자유연애가 가능했던 고려시대와 달리 자유연애가 금지된 조선시대의 연애는 엄청난 사회적 파장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상세보기
이수광 지음 | 다산초당 펴냄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잔혹한 살인사건을 통해 조선시대를 다시 살펴보는 책. 조선시대 전국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트렸던 16가지 희대의 살인사건을 재구성해, 사건의 발생부터 범인의 검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조선시대 양반이 저지른 살인, 여성이 저지른 살인, 반군들의 살인, 미궁에 빠졌다가 아주 오래 뒤에 해결된 살인, 그리고 조선시대의 고문 수사까지 파헤친다. 이 책은 조선시대 지배층이었던 사대부들

  선뜻 손이 가지 않더군요. ㅎㅎ 이 책들은 나중에 시간이 아주 많이 남을 때, 뽑아 보기로... ^^;;


책의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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