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28 11:47

전갈 - 김원일

전갈 상세보기
김원일 지음 | 실천문학사 펴냄
일제시대 말부터 현재에 이르는 현대사 백 년을 그린 김원일 장편소설. 계간지에 연재되었던 것을 모아 단행본으로 엮은 이 책은 비극적 운명을 지닌 삼대의 가족사를 통해 현대사의 그늘 속에서 소멸되어 간 민중의 소외된 삶을 밀도 높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의 화자인 강재필은 폭력 조직과 관련되어 감옥살이를 한다. 그는 자신의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독립운동에 가담했다는 할아버지의 생애를 기록하려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김원일이라는 작가를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 나네요. 인제 만해 마을에서 작가 초청회를 하던 때였는데, 김원일 작가가 온다고 해서 부러 찾아갔었더랬죠. 새하얀 머리칼, 깊게 패인 주름, 절뚝거리는 발걸음. 생각보다 몸도 불편해 보이시고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많이 보여서 작가 초청회에서 말씀이나 제대로 할 수 있으실까 조심스러운 걱정도 했었더랍니다.

  그런데 웬 걸요. 장장 세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열강을 하시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ㅇ_ㅇ;; 중간 중간 마른 입을 축이시느라 물잔을 드실 때 빼고는 거침없이 말씀하시는데 세 시간 동안 완전 몰입했었더랬습니다. 겉으로 보여지던 모습과는 달리 작가의 목소리에서는 어찌나 힘이 느껴지던지... 눈빛은 날카롭다 못해 매섭기까지 했습니다. 평소 사진을 통해 만나보던 맑은 웃음의 김원일은 없고 소설 이야기 하나에 온갖 열정을 다 쏟아부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카리스마 넘치고 꼿꼿해 보이는 작가 김원일이 거기 있었습니다.

  전갈은 그의 2007년도 작품이죠. 제가 인제 만해 마을에 김원일 작가를 만나러 가기 위해 그의 작품들을 섭렵하던 것이 2004년이었으니까 3년이 지나고 난 다음에야 그의 새로운 작품을 다시 읽게된 셈이 되었군요. 노장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작품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 그를 보면 김원일은 정말 영락없이 작가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금년에도 오마니별이라는 장편을 또 펴냈다고 하네요. 그의 창작 욕구가 얼마나 커다란지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오마니별 상세보기
김원일 지음 | 펴냄
역사의 수난 속에서 인간의 위엄을 찾는 김원일의 작품들! 김원일의 일곱 번째 소설집『오마니별』. 등단 43년을 맞는 김원일이 4년 만에 펴낸 소설집으로, 모두 6편의 작품을 수록하였다. 여전히 작가의 중요한 문학적 관심사인 전쟁과 분단이 빚어낸 고통과 그늘을 그리고 있지만, 이번에는 역사적 수난의 소설적 증언에 충실하면서도 고통의 세월 속에서 인간적 선의가 이루어낸 빛나는 순간들을 보여준다. 표제작 <오마

  전갈을 읽은지 1년 만에 다시 손에 쥐었습니다. 소설은 읽을 때마다 항상 새로운 감흥을 주죠. ㅎㅎ 책을 두세 번 읽으면서 새로운 정보를 발견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소설에는 있는 것 같아요. 소설은 모든 정보를 알고 있어도 다시 읽으면 새로운 감흥을 얻게 되니까요.

  1년 전에는 소설의 등장인물을 시대와 관계 지으면서 읽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 한국 전쟁이 나던 시기, 한국 전쟁 종료 후 6,70년대의 산업화 시기, 그리고 현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몇몇 역사적 사건들이 빠져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 나라 100년 역사를 세 등장인물을 통해 비교적 자세하게 투영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매우 재미있게 읽었었습니다. 삼대에 걸친 한 가족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을 시대의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정말 흥미로웠구요. (요 부분은 밑에 추신에서 자세히!! ^^;;)

  이번에 읽으면서는 작가의 필체와 필력에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고, 그때 마냥 읽기만 했는데, 이제서야 그런 게 보이다니. 중견 작가와 젊은 작가의 차이는 아무래도 필체와 필력에서 오지 않나 그런 생각을 가끔 합니다. 중견 작가의 필력에는 젊은 작가가 따라오기 힘들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반면 젊은 작가의 필체에는 중견 작가가 따라오기 힘들지 않은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필력이란 글을 끝까지 쥐고 가는 힘이죠. 경험이 부족한 젊은 작가들에게는 이 필력 또한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지사. 중견 작가들은 글을 밀고 나가는 힘만은 젊은 작가에게 뒤지지 않죠. 물론 몇몇 젊은 작가에게 대단한 필력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고, 몇몇 중견 작가들에게서는 이런 필력을 느낄 수 없기도 하지만요. 보편적으로 봤을 때엔, 그렇더라구요. ㅎㅎ

  필체라는 것은 글을 쓰는 스타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중견 작가들에게도 스타일은 당연히 있죠. 우리가 어떤 글을 읽고, 이건 누구의 글이다 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작가의 글 쓰는 스타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김소월과 이육사의 글 쓰는 스타일은 매우 다르죠. 필체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ㅎㅎ 그런데 중견 작가들의 스타일은 요즘 시대에 먹히기 힘든 점이 있습니다. 독자의 스타일도 달라졌기 때문이죠. 그것은 또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직까지도 젊은 작가들은 생각이 없다, 사유가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사실 그건 우리 시대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첨단화되어 있는 시대에 생각이라는 것을 오래할 필요가 없어진 거죠. 우리는 휴대폰을 씁니다. 예전에는 휴대폰을 써도 다른 사람의 휴대폰 번호를 수십개씩 외우고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요?? 휴대폰 기능에 전화번호 자동 검색 기능이 추가되면서 사람들은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않아도 상관없게 되었습니다. 휴대폰이 물에 빠지면 싸이월드에 들어가서 쪽지 하나 딸랑 보내면 끝이죠. "저 휴대폰 바꿨습니다. 문자 한 통씩 날려주세효~ ㅋㅋㅋ" 아무튼 첨단화 가속화에 사람들은 생각을 안해도 되고, 생각을 할 시간도 없어지게 된 것이죠. 그리고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자극적인 스타일을 원하게 되고, 또 그 시대를 살아왔던 젊은 작가들은 그런 스타일로 글을 쓰게 된 것이란 말이죠. 독자들은 또 그런 스타일의 글을 읽으면서 즐기게 되구요. 중견 작가들의 입에서 통탄할 만한 일이다 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그들이 살아온 시대와는 너무 다른 시대가 급변하며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말이죠. 어쨌든, 그런 면에서 중견 작가들은 이 시대의 스타일에 맞는 글을 써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만은 자명합니다. 따라서 그건 젊은 작가와 중견 작가를 구분 짓는 하나의 특징이 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번에 전갈을 다시 읽어내려가는데, 오! 김원일이라는 작가의 필력이야 말이 필요 없죠. 이번에 낸 소설이 장편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김원일의 필력은 정말 대단합니다. 더군다나 문학계에 입문한 이후 한결같은 주제로 소설을 써 오고 있다는 점도 그의 필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증명해줍니다. 그런데 그의 필체!! 감탄을 금치 못하겠더군요. 1년 전에 그런 것 따윈 신경도 안 쓰고 소설을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건 그의 필체가 무척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역사란 어쩌면 지리멸렬하게 펼쳐질 수도 있는 것인데 그걸 자연스럽게 표현해내는 것. 그건 그의 스타일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돋보였던 그의 글쓰는 스타일은 글에 영상을 흘려보낸다는 점이었습니다. 요즘 젊은 작가들이 그것 때문에 많은 비난을 받기도 하죠. 글이냐? 영화냐? 드라마냐? 이게 소설이냐? 따위의. 전갈을 읽는 내내 한 편의 영상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중견 작가들이 보여주기엔 다소 힘든 부분이 있는 것인데, 여기서 김원일의 힘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사실, 김원일이라는 작가 또한 2004년 당시 초청회에서 젊은 작가들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하더군요. 그것이 어찌됐든 그가 여전히 소설을 쓰고 있고, 글을 써내는 힘과 글을 쓰는 스타일을 여전히 겸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독자를 행복하게 합니다. 다음 해엔 또 어떤 소설을 들고 독자들과 조우할까!! 이런 행복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작가. 김원일의 전갈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작 책 내용에 대한 건 별로 얘길 못했네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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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내 몸에 흐르는 ‘나쁜 피’의 기원, 한겨레, 최재봉 기자, 2007 (03. 15).

맹독처럼 치밀한 三代소설 ‘전갈’, 뉴시스, 신동립 기자, 2007 (03. 15).

<인터뷰> 신작 장편 '전갈' 낸 김원일씨, 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2007 (03. 16).


장편 ‘전갈’ 내놓은 김원일씨 “현대사 속 선악 다 가릴 수 있나”, 동아일보, 김지영 기자, 2007 (03. 17).


김원일 신작 ‘전갈’… 인간은 자신을 찌르는 독침 하나를 달고 사나니, 국민일보, 정철훈 기자, 2007 (03. 18).

장편소설 '전갈' 낸 김원일씨...'지독한 3대' 그려, 경향뉴스, 이상훈 기자, 2007 (03. 18)

격랑의 현대사, 민초들의 비극, 문화일보, 장재선 기자, 2007 (03. 19).

김원일 새 장편소설 ‘전갈’, 한국일보, 장병욱 기자, 2007 (0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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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추신!!은 1년 전에 봤던 전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루할 정도로 긴 이야기라서... 선택은 자유!!

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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